레이아웃에 대하여(2)-(지태호)
실제로 레이아웃 작업을 했던 적은 없구요... 현장에서 잠깐 지켜봤던 것을 토대로...
미국의 워너브러더스, 폭스사 같은 메이저 영화사들은 실사영화만 만드는줄 알았는데 2D애니메이션도 많이 제작하더군요. 미국에서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방식은 대부분 3D로 돌아섰지만 아직도 TV나 DVD시리즈용 2D 애니메이션을 기획하여 우리나라 같은 제3국에 제작을 의뢰합니다. 그리고 하청을 줄 때는 특정회사에 몰아서 주는 것이 아니고 여러 회사로 쪼개서 분배합니다. 만약 한 곳에서 스케줄을 펑크내더라도 그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안전장치라고 합니다.
이런 큰 회사들은 예산이 넉넉해서인지 기획이나 제작기간을 비교적 여유 있게 산정해서 스케줄을 진행합니다. 자료들도 비교적 넉넉하게 주는 편이고 스토리보드의 퀄리티도 높아서 제작회사에서는 레이아웃 작업을 빠르게 진행시킬 수 있습니다. 요즘에는 스토리보드의 판넬(각 장면)들을 고속복사기를 사용해서 레이아웃 용지 크기에 맞춰 확대복사를 한 다음에 라이트박스 위에서 그대로 대고 그리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런 것은 문제가 좀 있는 방법 같지만 그렇게 해서 제작공정이 빨리 돌아가면 회사와 제작진 모두에게 이로운 부분이 있기 때문에 많이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반면 일본의 TV 시리즈물은 제작 일정이 굉장히 빠듯한 편입니다. 이렇게 일정이 바쁘다보면 일본에서 작업하는 스토리보드작가가 굉장히 급하고 러프하게 스토리보드를 작성해서 보내는 경우도 많은데요... 졸라맨 그림으로 가득 찬 스토리보드라고하면 심한 표현인지... 그리고 캐릭터나 배경, 소품, 효과 등 설정 자료가 부족한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물론 자료가 부족한 경우에는 수시로 전화, 팩스, 우편, 웹 등의 경로로 요청하고 제공받기도 합니다.
아무튼 <유희왕>이란 작품도 우리 일반인들이 TV에서 방영하는 영상을 봤을 때는 못 느끼겠지만 그렇게 힘들게 만들어지는 경우에 속합니다. 일정은 빠듯하고 레이아웃이 끝나야만 원화부, 배경부의 작업이 시작되는데... 이렇게 스토리보드가 너무 단순하게 묘사되어 있고 설정 자료도 부족하면 레이아웃 단계에서 애를 먹게됩니다. 그래서 총감독, 레이아웃 감독들이 원작 만화책을 급히 구해서 봐가며 힘들게 작업을 하기도 합니다.
레이아웃 작업을 할 때는 셀(애니메이션) 레이아웃과 배경 레이아웃으로 구분해서 따로 그립니다. 제작부에서는 완성된 레이아웃을 받아서 셀 작업이 필요한 것은 씬봉투에 담아서 원화부로 넘기고, 배경 작업이 필요한 것은 한데 모아서 배경부로 보내는데요... 이때부터 애니메이션은 각 파트별로 수십명의 숙련된 작업자들이 동원되어 본격적으로 만들어지게 됩니다.